“크루즈 켜고 잤나?” 현직 경찰관 덮친 SUV의 졸음운전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전북 고창경찰서는 졸음운전으로 현장의 영웅들을 숨지게 한 30대 운전자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본격적인 신병 확보에 나섰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를 넘어, 타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던 경찰관과 일터에서 땀 흘리던 견인차 기사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갔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사건은 지난 4일 새벽 1시 23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고창 분기점 인근은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현장에는 이미 발생한 다른 교통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전북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이승철 경정과 견인차 기사 B씨가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당시 현장에는 순찰차와 구급차, 견인차들이 경광등을 밝히며 사고 처리 중임을 알리고 있었지만, A씨가 몰던 SUV 차량은 마치 그들을 보지 못한 듯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이 사고로 현장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던 이승철 경정과 30대 견인차 기사가 목숨을 잃었다. 특히 이 경정은 고속도로의 안전을 책임지는 베테랑 경찰관이었으며, 견인차 기사 역시 고장 난 차량을 수습해 2차 사고를 막으려던 성실한 노동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고 당시 차량에는 A씨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도 함께 타고 있었으며, 이들을 포함해 총 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가해 운전자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원인에 대해 졸음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 타지에 거주하며 가족과 함께 즐거운 여행길에 나섰던 것이 졸음이라는 치명적인 위협을 만나 한순간에 참사로 변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단순한 졸음운전 이상의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 여러 긴급차량이 밝은 불빛을 내뿜으며 경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A씨가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현장을 덮친 점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경찰은 A씨가 주행 보조 시스템인 자동차 크루즈 기능을 켜놓은 상태에서 잠들었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크루즈 기능이 활성화된 상태에서 운전자가 제동이나 조향을 전혀 하지 못해 피해가 극대화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가해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를 확보해 정밀 분석 중이며, 기술적인 결함이나 기능 오작동 여부도 함께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졸음운전 외에 다른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이번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 이승철 경정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녹조근정훈장을 선추서했다. 경찰청 또한 그를 경감에서 경정으로 1계급 특진 추서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예우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로할 계획이다.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다 스러진 고인의 소식에 동료 경찰관들과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에서도 이번 사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많은 누리꾼은 고속도로에서 사고 수습 중인 분들을 보호할 수 있는 더 강력한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졸음운전과 자율 주행 기능의 오남용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가족 여행을 가다가 남의 소중한 가족을 숨지게 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비극적이라며 A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반응도 상당하다.이번 사고는 고속도로 2차 사고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사고 수습을 위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과 구조 대원들은 항상 목숨을 담보로 사투를 벌인다. 운전자들의 찰나의 방심이나 졸음이 이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찰은 사고의 중대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법원의 판단은 이르면 오늘 중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속도로 위에서 묵묵히 빛나던 경광등 아래,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아들이었던 두 남자의 삶은 그렇게 멈춰 섰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사고 기록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졸음운전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함께 현장 인력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국민적 염원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