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 시장의 역동적인 흐름을 심도 있게 읽어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아뜰리에 아키에서 막을 올렸다. 기획전 'UNFOLDING: 감각의 개화'는 오는 8월 9일까지 관객들을 초대하여, 글로벌 아트 마켓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동시대 작가 14인의 회화 및 설치 작품을 한자리에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지금 펼쳐지는 감각'이라는 중심 주제 아래,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동시대 예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하며 새로운 형태로 피어나고 있는지를 다각적으로 조망한다.전시에 참여하는 작가군은 그야말로 세계 미술 시장의 스펙트럼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독일 표현주의와 미국 대중문화가 교차하는 회화로 실존과 회화의 유효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안드레 부처(André Butzer), 몽환적인 색채와 유기적인 형상으로 신화와 자연, 심리적 현실을 융합한 우화적 회화를 선보이는 잉카 에센하이(Inka Essenhigh) 등 세계 미술 시장을 이끄는 거장들이 참여한다.

 

여기에 프랑스 작가 줄리 커티스(Julie Curtiss)는 머리카락 모티프를 중심으로 여성의 정체성과 신체를 해체적으로 탐색하며 고유의 초현실적 분위기를 구축해왔는데, 그의 작품가는 최근 2년 만에 1만% 상승하는 등 시장에서도 뜨거운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낭만주의와 데카당스, 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정교한 필치의 회화를 선보이며 구상 회화의 서사적 깊이를 확장하는 헤르난 바스(Hernan Bas), 그리고 반항적 표정의 어린 소녀 캐릭터로 순수와 분노, 고독 등 복합적 감정을 상징적으로 담아내는 일본의 요시토모 나라(Yoshitomo Nara)의 작품 또한 만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신예 작가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뉴욕 기반의 1996년생 작가 안나 박(Anna Park)은 도시 군상과 인간의 심리를 역동적인 드로잉으로 표현하며 신예로서 빠르게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같은 뉴욕 기반의 엘리 프랫(Ellie Pratt) 역시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감각을 제시한다.

 

설치 미술 분야에서는 베를린 기반의 시오타 치하루(Chiharu Shiota)가 실과 오브제를 활용한 공간 설치로 인간의 기억과 불확실성,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구현하며, 스즈키 타카코(Takako Suzuki)는 자연과 동물을 소재로 한 동화적 조형을, 마코토 타니구치(Makoto Taniguchi)는 거울과 아크릴판을 통해 현실과 환영의 경계를 탐색하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함께한 한국 작가들의 활약 또한 인상 깊다. 윤상윤 작가는 양손을 이용한 대조적 화풍을 구축하며 사회 구조와 무의식의 풍경을 독창적으로 탐구한다. 정성준 작가는 인간과 동물의 공존, 환경 문제를 은유적 풍경으로 풀어내며, 생태적 감수성과 비판적 시선을 동시에 제시하여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아뜰리에 아키 측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동시대 예술의 살아있는 현장감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오늘의 예술 실험이 미래의 방향성으로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세계 미술 시장의 최전선에서 펼쳐지는 예술적 감각의 향연을 무료로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