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이주와 망명, 두 여성 거장이 예술로 피워낸 우주적 대화
세계적인 갤러리 화이트 큐브 서울이 2026년 첫 전시로 레바논 출신의 거장 에텔 아드난과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이성자의 2인전 '태양을 만나다'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이주와 망명이라는 공통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두 여성 작가의 작품 세계를 '우주'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조명한다.전시의 제목 '태양을 만나다'는 에텔 아드난이 1968년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시의 한 구절에서 가져왔다. 이는 지구를 넘어 광활한 우주로 예술적 지평을 넓혀간 이성자의 작업 철학과 맞닿아 있으며, 두 작가가 공유했던 시대적 영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는 에텔 아드난의 작품이 한국 관람객에게 처음으로 소개되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두 작가는 1960년대 전 세계를 휩쓴 우주 탐사 경쟁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우주적 질서와 무한한 공간에 대한 사유를 작품에 담아냈다. 레바논 출신의 아드난은 태양, 달, 산과 같은 자연의 요소를 단순화된 색면과 기하학적 형태로 표현하며, 개인의 기억과 풍경을 형이상학적인 세계로 확장시켰다. 그의 작품은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색채를 통해 관람객을 명상적인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한국전쟁 중 프랑스로 이주한 이성자는 고향을 떠나온 개인적인 아픔과 이방인으로서의 고독을 추상미술을 통해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초기 '여성과 대지' 연작에서 보여준 대지에 대한 탐구는 점차 지구의 경계를 넘어 우주적 질서와 천문학적 차원의 평형 상태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의 캔버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원, 사각형 등의 기하학적 도형들은 인체와 지형을 넘어 광활한 우주를 상징하는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제작된 시기나 표현 방식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만, '우주'라는 공통의 주제 아래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성자의 1960년대 작품들이 섬세하고 반복적인 붓 터치를 통해 서사를 쌓아 올린다면, 아드난의 2010년대 이후 작품들은 단순하고 대담한 색면을 통해 우주의 근원적인 에너지를 표현한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두 작가는 자신만의 언어로 우주를 구축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예술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화이트 큐브 서울은 이번 전시를 통해 국적과 시대를 넘어선 두 여성 거장의 예술적 대화를 시도한다. 이주와 망명이라는 경계인의 삶 속에서 탄생한 이들의 작품은 단순한 풍경화를 넘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우주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관람객들은 두 거장이 펼쳐놓은 예술적 우주를 유영하며, 빛과 예술이 삶을 관통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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