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86세·75세 명창 부부, 무대 위에서 모든 걸 불살랐다
국립창극단이 우리 시대 원로 명창의 삶과 예술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새로운 형식의 렉처 콘서트 '소리정담'을 선보였다. 그 첫 무대의 주인공으로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예능보유자인 김일구(86), 김영자(75) 명창 부부가 초청되어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국내 유일의 '인간문화재 부부'인 두 명창에게 이번 무대는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과거 단원으로 몸담았던 국립창극단 무대에 다시 선 김일구 명창은 자신의 나이를 생각할 때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각오로 온 힘을 쏟았다고 밝혔으며, 김영자 명창 역시 최상의 목 상태가 아님에도 귀한 무대의 뜻을 살리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이번 공연에서 김일구 명창은 소리꾼이자 기악의 명인으로서의 면모를 동시에 뽐냈다. 특히 그의 아쟁 산조는 깊은 슬픔의 정서(애조) 속에서도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신명을 자아내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는 판소리와 기악 두 부문에서 모두 최고상인 장원을 차지한 국내 유일의 기록을 가진 그의 예술 세계가 응축된 순간이었다.
부인 김영자 명창은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완창한 독보적인 소리꾼으로서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직접 구성한 토막 창극 '어사와 나무꾼막'에서는 남장 나무꾼으로 등장, 능청스러운 연기와 노련한 소리로 객석의 웃음을 끊임없이 자아내며 관객을 흠뻑 몰입시켰다.

두 명창의 무대는 예술감독의 진행 아래 재치 있는 입담이 더해져 한층 풍성해졌다. 일부러 티격태격하며 판소리 명인 특유의 해학을 선사하는가 하면, 아들 김도현 명인과 며느리 서진희 명창 등 후학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대를 잇는 예술의 의미를 더했다. 관객석에서는 연령대를 불문하고 "얼씨구", "잘한다" 같은 추임새가 터져 나오며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었다.
공연을 마친 명창 부부는 이러한 무대가 더 많아져 우리 소리의 멋과 흥이 다음 세대에도 전해지길 바란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이번 '소리정담'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들의 예술혼을 기리고 그 가치를 현재의 관객과 함께 나누는 귀중한 장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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