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연애 예능에 나타난 구미호? '한국괴물뎐' 개막
전통 설화 속에서 공포의 상징이었던 괴물들이 2026년 현대 사회의 고독한 자화상으로 다시 태어난다. 전통예술단체 별들의도시은하가 선보이는 신작 전통창작음악극 '한국괴물뎐'이 오는 27일과 28일 양일간 대구 남구 대명공연거리의 골목실험극장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이번 작품은 구미호, 몽달귀신, 처녀귀신 등 우리에게 익숙한 괴물들을 현대인의 불안과 욕망을 투영하는 매개체로 소환해, 인간 내면에 깊게 자리 잡은 고독과 결핍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극의 배경은 흥미롭게도 최근 유행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촬영장이다. 사랑을 갈구하는 구미호 '미호'와 결혼이라는 제도에 집착하는 '삼태',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꿈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막내작가가 이곳에서 조우한다. 이들은 각자가 가진 결핍을 채우기 위해 서로에게 다가가지만, 역설적으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저마다의 고독을 더욱 선명하게 발견하게 된다. 설화 속 괴물들이 가졌던 한(恨)이 현대인의 외로움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설정이다.

작품의 구조는 옴니버스 형식을 취해 몰입감을 높였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중심으로 '구미호뎐', '몽달귀신뎐', '처녀귀신뎐'이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세 인물의 삶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과거의 괴담이 단순히 등 뒤를 서늘하게 만드는 공포물이었다면, 이번 '한국괴물뎐'은 괴물의 얼굴을 빌려 우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심리극에 가깝다. 제작진은 괴물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안고 사는 외로움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음악은 이번 연극의 서사를 완성하는 핵심적인 축이다. 신디사이저와 같은 현대 악기와 전통 관악기, 타악기가 어우러지는 선율은 굿판과 콘서트, 시극과 음악극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무대 위 연주자들과 배우들이 함께 빚어내는 소리는 인물들의 감정과 기억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며 관객들을 극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서진교, 신규섭, 정규혁 등 실력파 연주진의 참여로 음악적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진 상태다.

이번 공연은 유슬아 작가의 대본과 이상명 연출의 감각적인 연출력이 더해져 완성도를 높였다. 무대 위에서는 남우희(삼태 역), 박소윤(막내작가 역), 이연주(미호 역) 배우가 열연하며 현대인의 고독을 다정하면서도 날카로운 연기로 풀어낼 예정이다. 관객들은 작품 속 인물들이 겪는 결핍을 마주하며, 자신은 물론 타인의 고독까지 따뜻하게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위로의 시간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괴물뎐'은 토요일 오후 5시와 9시, 일요일 오후 2시와 5시 등 총 4회에 걸쳐 진행된다. 대구의 대표적인 공연 예술 거점인 대명공연거리에서 펼쳐지는 이번 무대는 소극장 특유의 밀도 높은 호흡을 자랑한다. 전통과 현대, 설화와 현실이 교차하는 이 특별한 음악극은 올여름 관객들에게 단순한 재미를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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