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
서울 전세시장, 문 정부 고점 넘었다

서울에서 전셋집을 찾는 세입자들의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 아파트 전세가격이 87주 연속 오르며 장기 상승 흐름을 이어간 데다, 평균 전셋값은 과거 전세난 당시의 고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17일 한국부동산원의 9월 둘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한 주 전보다 0.17% 상승했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해 1월 셋째 주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뒤 한 번도 꺾이지 않고 87주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번 상승세는 기간으로만 보면 역대 세 번째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135주,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134주 동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연속 상승한 바 있다. 다만 최근 흐름은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최근 87주 동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1.77% 올랐다. 문재인 정부 당시 134주간 누적 상승률이 12.31%였던 점을 고려하면, 더 짧은 기간에 비슷한 수준까지 오른 셈이다. 상승 기간은 짧지만 체감 부담은 과거 전세 대란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셋값 상승은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강남권에서는 송파구가 19.07%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강동구도 17.07% 상승했다. 비강남권에서도 성북구 15.44%, 노원구 15.33%, 광진구 14.31% 등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평균 전세가격도 새 고점을 찍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366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1월 기록된 기존 최고가 6억3424만원을 넘어선 수치다.
고가 단지뿐 아니라 중저가 지역에서도 신고가 전세 거래가 나오고 있다. 서초구 그랑자이 전용 119㎡는 이달 초 25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고, 성북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117㎡도 지난달 9억2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전세 수요가 줄지 않는 가운데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점을 상승 요인으로 보고 있다. 집값 부담으로 매매 전환이 쉽지 않은 세입자들이 전세시장에 머무는 반면, 집주인들은 실거주나 월세 전환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실거주 중심 정책이 임대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실거주를 강화하는 정책이 이어지면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흐름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매매시장 진입이 어려운 세입자들이 전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세 수요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신규 입주 물량 감소와 임대 공급 위축이 겹치면 서울 전세난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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