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
"대통령도 이렇게 팔았다" 집주인 대출 16배 폭증
대출 규제의 칼날이 가빠지자 고가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직접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집주인 대출(셀러 파이낸싱)’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매각 사례가 알려진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관련 매물이 16배 이상 늘어나면서, 제도권 밖의 '사적 주택금융'이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3일 부동산 데이터 플랫폼 '콕집'의 '주인대출' 매물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해당 조건을 내건 매물 광고는 총 265건(122개 단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7월 24일 조사 당시 16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불과 두 달 만에 16.6배나 폭증한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은 고가주택 시장에서 한층 두드러졌다. 전체 주인대출 매물의 평균 호가는 29억 원으로, 20억 원 이상 매물이 168건(63.4%)에 달해 과반을 훌쩍 넘겼다. 가격대별로는 ▲20억~30억 원 미만이 76건(28.7%)으로 가장 많았고, ▲30억~50억 원 미만(53건·20.0%), ▲50억 원 이상(39건·14.7%)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대출 규제 영향이 큰 수도권 고가 정주 여건 지역에 쏠렸다. 서울이 187건(70.6%)으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으며, 경기 71건(26.8%), 인천 3건(1.1%)이 뒤를 이었다. 서울 내에서는 강남구와 송파구가 각각 36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동구(24건), 서초구(21건), 마포구(15건) 순이었다. 경기 지역에서는 성남시 분당구(19건)와 과천시(12건)를 중심으로 관련 매물이 늘어났다.
'집주인 대출'은 매수인이 은행 대출만으로 매매대금을 조달하기 어려울 때, 매도인이 잔금 일부를 나중에 받는 대신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방식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으로 불린다.

이 거래 방식이 대중의 표면으로 뛰어오른 계기는 이 대통령의 분당 수내동 아파트 매각이었다. 이 대통령은 해당 아파트를 29억 원에 매각하면서 잔금 약 17억 7700만 원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매수인의 사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후 시장에서는 고가주택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새로운 유동성 공급 수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매도인 금융 자체는 법적 위반이 아니지만, 사적 금융이 확대될 경우 가계대출 규제 시스템 전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대명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는 "과거 공장 부지 거래 등에서는 매도자 대출이 종종 있었으나, 일반 주택 시장으로 확산한 것은 매우 새로운 현상"이라며 "은행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등 안전장치를 적용하지만 개인 간 거래는 이 같은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권 밖 거래가 늘어날수록 부당 이자 수취나 잔금 미상환에 따른 사적 분쟁 등 소비자 피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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